대한의사협회가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지금 상태로는 법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송 전 병원의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는 사라진 채 의료기관의 응답 의무만 남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의협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하위법령 제정 과정에 현장 의견을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의협은 이번 입장문에서 수용 가능 여부 확인 절차 삭제, 구급대원의 중증도 판단, 형사 면책의 범위, 면책 요건 등 네 가지를 개정안의 문제로 꼽았다. 이들 쟁점이 바로잡히지 않으면 법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의협의 공식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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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으로 불린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복지위는 지난 15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응급의료법 개정안 8건을 한데 묶어 심사한 뒤 위원회 대안으로 정리했고, 17일 전체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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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

개정안은 응급환자 이송·수용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응급의료 종사자의 형사 책임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을 함께 담았다. 보도에 따르면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응급의료기관이 환자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면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알리도록 의무화

  • 시설·장비·인력이 모두 가동 중이거나 수술 일정이 겹쳐 새 중증환자에게 지체 없이 최종진료를 하기 어려운 경우 등 응급의료 거부·기피의 정당한 사유를 구체화

  • 중증 응급환자의 병원 선정이 늦어질 때 기존 중앙응급의료상황실 외에 119구급상황관리센터도 수용 병원을 정할 수 있게 함

  • 상황실과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응급의료정보통신망에서 각 병원의 환자 수용 여력과 진료 기능 정보를 실시간 조회

  • 불가피한 응급의료로 환자가 숨지거나 다쳐도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형 감면을 재량이 아닌 의무 규정으로 전환하고, 갈 병원을 찾지 못한 중증 응급환자의 수용 기관으로 지정된 병원 의료진에게는 형사처벌 면제 조항을 신설

  • 권역응급의료센터 명칭을 중증응급의료센터로 변경

응급의료법 쟁점인 구급대원·응급실 의료진 환자 인계

의협이 반대하는 핵심 이유는?

의협이 가장 무겁게 본 대목은 구급대가 환자를 옮기기 전 병원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묻는 절차가 법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병원이 그 문의에 답하려고 전용회선을 두고 전담 인력을 배치해야 하는 의무는 손대지 않았다. 묻는 쪽 의무는 지우고 답하는 쪽 의무만 남긴 셈이어서 법 체계상 모순이라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국가법령정보센터 www.law.go.kr

쟁점

의협 지적 요지

이송 전 수용 확인

구급대 확인 절차는 삭제, 병원 응답 의무는 존치

중증도 판단

판단 주체는 구급대원, 오판 부담은 응급실

형사 면책 범위

지정 수용만 면제, 평상시 응급의료는 감면 수준

면책 요건

'정당한 사유' 기준 모호, 방어진료 확산 우려

대한응급의학회도 같은 이유로 해당 조항을 남겨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보도에 따르면 응급의학회는 전체회의 하루 전인 16일 국회에 긴급 의견서를 내고, 수용 능력 확인 조항을 유지한 상태에서 이송체계를 새로 짜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구급대원 중증도 판단은 왜 문제인가?

현장 구급대원이 환자의 중증도를 가리도록 한 부분도 의협이 문제 삼은 대목이다. 경증과 중증을 가르는 판단은 의사에게도 까다로운 데다, 의식이 또렷해 가벼워 보이던 환자가 검사에서 뇌출혈로 확인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판단은 구급대원이 내리지만 잘못 판단한 결과의 부담은 환자가 이송된 병원 응급실이 떠안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구급대원의 판단을 뒷받침할 실시간 정보체계에 대해서도 의협은 현장에서 신뢰하고 활용할 만한 수준이 못 된다고 평가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3~5월 광주·전북·전남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운영했으며, 그 내용이 개정안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제한된 지역에서 단기간 운영한 사업 성과만으로 전국 확대를 결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형사 면책 조항은 무엇이 부족한가?

의협은 병원에 수용을 강제하는 범위에 비해 의료진을 보호하는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고 봤다. 상황실이나 119가 병원을 지정해 환자를 받도록 한 경우에만 형사 책임을 없애 주고, 평상시 응급의료에 대해서는 형을 줄이거나 면제하는 데 머물렀다는 이유다.

의협은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의 범위는 동일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면책 요건 역시 현장 여건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게 의협의 시각이다. 법에 정당한 사유가 명시됐다고 해서 진료 현장에서 곧장 인정받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의협은 "수용 가능 여부는 시설과 인력, 배후 진료과의 사정에 따라 매 순간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역시 18일 낸 입장에서 개정안이 정한 '수용 곤란의 정당한 사유'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기준이고, 시시각각 바뀌는 응급실 상황을 실시간으로 입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의협은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책임만 커지면 방어진료만 남게 된다는 응급의학의사회의 경고를 국회와 정부가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 의료계가 요구하는 것은?

의협은 법사위 심사부터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 마련까지 남은 절차에서 응급실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등 전문단체와 힘을 모아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개정안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법률로 확정된다. 의협은 "응급실에 환자를 데려다 놓는 것만으로 환자가 살아나지는 않는다"며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이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밝혔다.

메디컬포커스 편집부 flowood.k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