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비대면 초진의 처방일수를 7일 이내로 묶는 규정은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17일 밝혔다. 의협 대회원 설문에서 응답자 79.4%는 초진 처방을 아예 막거나 3일 이내로 묶어야 한다고 답했다. 의협은 비대면진료 4대 원칙을 하위법령에 그대로 반영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번 입장 표명은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비대면진료 이용자를 상대로 벌인 설문을 들어 초진 환자의 처방 제한을 풀자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의협은 이용자 편의를 앞세워 초진 규제를 넓히기보다 환자 안전과 의료진의 판단이 먼저라는 입장을 내놨다.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이를 보완하는 범위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 관리체계 점검

의협이 7일 처방 제한을 고수하는 이유는?

직접 진찰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 처방이 나가는 일을 막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 의협의 설명이다. 처방 기간을 짧게 끊어야 치료 경과를 살피고 대면진료가 더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의협은 이용자가 무엇을 선호하는지 묻는 조사와, 의료행위가 얼마나 안전한지 따지는 일은 성격이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환자 건강권을 생각하면 처방 규제 때문에 불편하다는 응답만 근거로 삼아 초진 처방 기준을 푸는 접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의협의 판단이다. 세부 시행 제도를 짤 때는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www.kma.org

의협은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같은 질환을 치료받은 기록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초진 처방 기준을 푸는 방안에도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진료기록과 복약 내역이 참고 자료가 되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지금 환자를 직접 살펴야 할 이유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취지다.

의사 회원들은 초진 처방을 어떻게 보고 있나?

의협이 지난 7월 10~24일 의협신문 '닥터서베이'로 벌인 대회원 조사에서 비대면 초진에 처방을 내주는 것 자체를 원칙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응답이 42.4%로 가장 많았다. 3일 이내로 묶자는 응답이 37.0%로 뒤를 이었다. 의협에 따르면 두 응답을 더한 79.4%가 초진 처방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쪽이었다. 산업계가 내세운 이용자 조사와는 결이 다른 결과다.

응답 항목

비율

비대면 초진 처방 원칙적 불허

42.4%

처방일수 '3일 이내' 제한

37.0%

두 응답 합계

79.4%

※ 자료: 대한의사협회 대회원 설문조사(7월 10~24일, 의협신문 '닥터서베이')

하위법령에 무엇을 담아야 한다는 입장인가?

의협은 하위법령과 구체적인 운영기준을 만들 때 그동안 제시해 온 4대 원칙이 빠짐없이 반영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예외 진료의 범위와 처방 규제 수준, 대면진료로 넘어가는 시점을 법령에 명확히 못 박으라는 주문도 함께 내놨다. 직접 살펴봐야 하는 환자는 지체 없이 대면진료로 넘길 수 있는 연계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도 했다.

의협이 제시해 온 비대면진료 4대 원칙은 다음과 같다.

  •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삼고 비대면진료는 보조 수단으로만 활용

  •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운영

  •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운영

  • 비대면진료만 전담하는 의료기관 개설 금지

하위법령에 분명히 담아야 할 사항으로는 ▲비대면 초진처럼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진료의 요건과 대상 ▲처방이 제한되는 의약품의 범위와 허용 처방일수 ▲대면진료로 전환해야 하는 판단 기준 등을 꼽았다.

의협은 "환자 안전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과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을 가장 기본으로 해서 비대면진료 세부시행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진료기록과 복약 이력은 현재 진료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정보지만, 해당 정보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현재 환자 상태에 대한 직접 진찰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새롭게 진료하는 의료인이 환자의 현재 상태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지가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했다.

7일 기준을 두고는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비대면 초진의 처방일수를 7일 이내로 제한하는 것은 환자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직접 진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간 처방이 이루어지는 것을 제한하고, 치료 경과와 추가적인 대면진료 필요성을 확인하기 위한 기준"이라고 밝혔다.

중개 플랫폼 관리에는 어떤 요구가 나왔나?

의협은 중개 플랫폼이 영리를 좇는 과정에서 의료인이 내리는 독립적 진료 판단이 흔들리거나, 필요하지 않은 진료와 약물 오·남용을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관리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비대면으로 처방만 되풀이하거나 여러 병원을 돌며 같은 약을 겹쳐 받는 통로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못 박았다. 이용 건수를 늘리는 쪽보다 환자가 제때 필요한 대면진료를 받도록 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것이 의협의 입장이다.

의협은 "대면진찰이나 검사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비대면으로 처방만 반복하거나, 여러 의료기관을 통해 중복 처방을 받는 방식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근태 비대면진료 및 전자처방전 대응 TF 위원장은 "그간 계속 강조해 온 ▲대면진료 원칙 및 비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 활용 ▲재진환자 중심 운영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운영 ▲비대면진료 전담 의료기관 금지라는 비대면 진료 4대 원칙이 의료현장에서 충실히 준수될 수 있도록 정부가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보건복지부 www.mohw.go.kr

비대면진료 제도화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구체적인 처방일수와 예외 허용 요건은 하위법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메디컬포커스 편집부 flowood.k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