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희귀·소외암 치료제 3종에 대해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를 개시했다. 대상은 RET 융합 폐암 치료제 '레테브모캡슐', 진행성·전이성 위암 신약 '빌로이주',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 쓰이는 '파드셉주'와 '키트루다주' 병용요법이다. 제약사가 서로 다른 신약끼리의 병용요법에 급여가 인정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보건복지부(장관 정은경)는 지난달 30일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며, 이번 급여 확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심의를 거쳐 의결됐다고 밝혔다.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던 희귀·소외암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려는 조치다.
보건복지부 www.mohw.go.kr
의학신문 보도에 따르면 복지부는 건정심 회의 일정이 미뤄질 경우 급여 개시가 11월로 늦춰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번 안건을 서면으로 의결했다. 같은 보도는 암 환자가 산정특례를 적용받으면 급여 진료비 가운데 5%만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고 전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www.nhis.or.kr
약제명 | 대상 암종 | 급여 적용 내용 |
|---|---|---|
레테브모캡슐 | RET 융합 비소세포암·갑상선 수질암 | 먹는 표적항암제 신규 급여 |
빌로이주 | 수술로 절제할 수 없는 진행성·전이성 위암 | 신약 신규 급여 |
파드셉주+키트루다주 | 요로상피암 | 1차 병용요법 급여(키트루다주는 종전 2차부터) |

레테브모캡슐, 어떤 환자가 혜택을 받나?
RET 유전자에 융합 변이가 생긴 비소세포암과 갑상선 수질암 환자가 대상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RET 융합 비소세포암은 전체 폐암 환자 가운데 1~2%에서만 나타나며, 국내 환자 수는 300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 규모가 작은 희귀암에 속한다.
RET는 세포가 자라는 과정을 조율하는 유전자로, 여기에 변이가 생기면 정상 세포의 성장과 분화가 교란돼 암 발생 요인으로 작용한다.
레테브모캡슐은 세포독성항암제가 정상 세포까지 손상시키는 것과 달리 RET 융합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표적항암제다. 복지부는 이 덕분에 부작용 부담은 줄고 치료 효과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주사가 아닌 경구제여서, 투약 때마다 병원을 찾아 오래 기다려야 했던 환자들의 불편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빌로이주 급여로 진행성 위암 치료는 어떻게 달라지나?
수술로 떼어낼 수 없을 만큼 진행됐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위암 환자도 신약 '빌로이주'를 건강보험 급여로 투여받을 수 있게 된다. 위암 전체로 보면 예후가 좋은 편이지만, 이 단계의 환자는 생존 기간이 짧아 새 치료제 수요가 컸다.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위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8.6%(2019~2023년 진단 기준)에 이른다. 그러나 수술로 절제할 수 없는 진행성·전이성 위암으로 범위를 좁히면 중앙생존기간은 6~10개월에 그치고, 5년 상대생존율 역시 10% 안팎으로 크게 낮아진다. 5년 상대생존율은 같은 연도·성별·연령의 일반인 5년 생존율 대비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을 비율로 나타낸 지표다.
국가암정보센터 www.cancer.go.kr
복지부는 빌로이주가 기존 치료법보다 내성 발생 위험률을 41% 낮추고 전체 생존기간을 약 2배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며, 환자의 약값 부담을 줄이고 생존 기간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더바이오 보도에 따르면 빌로이주 급여는 클라우딘18.2(CLDN18.2) 양성이면서 HER2 음성인 환자의 1차 치료에 적용되며, 플루오로피리미딘·백금 계열 항암화학요법과 함께 투여하는 경우가 대상이다.
요로상피암 병용요법 급여, 무엇이 달라지나?
요로상피암 환자는 1차 치료부터 '키트루다주'를 건강보험으로 쓸 수 있고, 차세대 신약 '파드셉주'와의 병용 투여도 급여 대상에 들어간다. 종전에는 키트루다주가 1차 치료에 실패한 뒤 2차 치료부터만 급여가 인정됐다.
요로상피암은 전체 암 발생의 2.5% 안팎을 차지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소외 암종으로 꼽힌다. 다른 암에 비해 병의 진행이 빠른 편이어서 치료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관건이다.
파드셉주는 암세포를 정밀하게 겨냥해 공격하고, 키트루다주는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 기능을 끌어올려 암과 싸우도록 돕는다. 복지부는 두 약의 작용 기전이 달라 함께 쓸 때 치료 효과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임상시험에서도 병용요법이 기존 치료 대비 전체 생존 기간을 약 2배 늘린 결과가 보고됐다.
신약 간 병용요법 첫 급여, 어떤 의미가 있나?
특허권자가 다른 두 신약의 병용요법이 급여권에 진입한 사실상 첫 사례로, 향후 유사한 병용요법 급여 확대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현행 법령상 보건당국은 각 제약사와 따로 협상을 진행해야 해 두 회사의 이해관계를 맞추기 어려운 구조다.
복지부는 이 같은 한계 속에서도 한국아스텔라스제약, 한국엠에스디와 보건당국이 희귀·중증 질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는 공백을 메운다는 대의에 공감해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사례를 발판 삼아 서로 다른 신약을 함께 쓰는 병용요법으로 급여를 넓힐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등 다각도의 방안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번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통해 고액의 약제비로 치료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덜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희귀·중증질환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포커스 편집부 flowood.k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