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소관하는 법률 개정안 14건이 1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복지급여를 국가가 먼저 찾아 지급하도록 신청주의를 고치고, 응급환자 이송과 자살예방 체계를 손보는 내용이 핵심이다. 군 복무 크레딧도 12개월 상한이 없어져 복무 기간 모두를 인정받게 된다.
보건복지부(장관 정은경)에 따르면 제439회 정기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복지부가 소관하는 일부개정법률안 14건을 가결했다. 신청주의를 고치는 6개 법률을 비롯해 국민연금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 개정안이 여기에 포함됐다.
보건복지부 https://www.mohw.go.kr
이번 개정은 정부가 내건 '목숨을 살리는 정부' 국정목표의 연장선에 있다. 14건 가운데 구체적인 개정 내용이 공개된 것은 9개 법률로, 나머지 5건의 세부 사항은 이번 발표에 담기지 않았다. 분야별 주요 변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분야 | 대상 법률 | 핵심 변화 |
|---|---|---|
복지급여 신청주의 | 사회보장급여법 등 6개 | 보편급여 자동지급, 공무원 직권신청 근거 마련 |
국민연금 | 국민연금법 | 군 복무 크레딧 전 기간 인정, 둘째 출산 크레딧 15개월 |
응급의료 | 응급의료법 | 시·도 단위 지역 이송체계 의무화, 의료진 형사처벌 필요적 감면 |
자살예방 | 자살예방법 | 가명정보 결합 분석, 청소년 심리부검 자료 요청, 구조 행위 책임 감면 |

복지급여, 이제 신청하지 않아도 받을 수 있나?
보편적으로 주는 급여는 별도 신청 없이 자동으로 지급되는 방식으로 바뀐다. 대상자를 가려 지급하는 선별급여 역시 국가가 이미 확보한 정보를 적극 끌어와 신청 부담을 덜기로 했다. 위기에 놓인 사람을 서둘러 보호해야 할 때는 담당 공무원이 본인 동의 없이도 급여를 직권으로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손본 법률은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사회보장급여법), 사회보장기본법,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아동수당법, 장애인연금법, 기초연금법 등 6개다. 위기가구가 스스로 신청해야만 도움을 받던 '수동적 복지'를 국가가 먼저 다가가는 '적극적 복지'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개별 법률에 담긴 변화도 있다. 장애인연금법은 중증장애인의 정의를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바꿔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넓혔다. 기초연금법은 19세 이후의 국내 거주 여부를 수급 요건에 포함했고,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개정에 따라 앞으로는 관리비도 주거급여로 지원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지방정부와 손잡고, 기존 신청 방식의 한계 탓에 지원 시기를 놓쳐 사각지대에 머물던 위기가구를 먼저 찾아 나설 방침이다. 이를 통해 이른바 '사회안전매트'를 한층 촘촘히 깔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연금 군 복무·출산 크레딧은 얼마나 늘어나나?
군 복무 기간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얹어 주는 크레딧은 지금까지 최대 12개월만 인정됐지만, 앞으로는 복무한 기간 전부가 반영된다. 둘째 자녀를 낳았을 때 더해 주는 가입기간은 15개월로, 종전(12개월)보다 3개월 늘어난다.
보험료를 나중에 내는 추후 납부 제도와 부양가족연금액 산정 규정에는 상호주의 원칙이 적용됐다. 복지부는 제도상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는 한편, 사회에 공헌한 국민의 노후를 한층 든든히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연금공단 https://www.nps.or.kr
응급실 미수용, 무엇으로 줄이나?
시·도지사가 지역 실정에 맞는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직접 세워 시행하도록 법에 명시했다. 응급의료기관은 물론 응급의료종사자도 이 체계를 지켜야 한다.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줄이고, 환자가 최종 치료까지 지체 없이 이어지도록 하려는 조치다.
이번 개정은 현장 시범사업에서 출발했다. 복지부는 2026년 3~5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그 성과를 토대로 지방정부와 이송지침을 새로 다듬은 뒤 핵심 내용을 법률에 옮겼다. 시·도지사가 마련하는 지역 이송체계에는 다음 사항이 들어가야 한다.
환자 중증도에 따른 이송 병원 선정
의료기관이 환자를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
중증응급환자 이송이 늦어질 때의 우선수용병원 지정
상황실 체계도 법적 근거를 갖춘다. 중증응급환자를 어느 병원으로 보낼지 정하고 전원 업무와 이송 관련 정보 제공을 맡는 중앙·광역응급의료상황실을 둘 수 있는 조항이 새로 생겼다.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119구급상황관리센터는 병원이 환자를 받을 수 있는지, 받지 못한다고 미리 알린 내용이 무엇인지를 응급의료정보통신망으로 실시간 확인하게 된다.
의료진의 법적 부담도 덜어준다. 응급의료 과정에서 환자가 숨지거나 다친 경우 응급의료종사자의 형사처벌을 감경·면제할 수 있도록 한 기존 '임의적' 규정은 반드시 감면하는 '필요적' 규정으로 바뀐다. 이송 지연 때문에 우선수용병원으로 지정된 경우, 해당 응급의료종사자에게는 형사처벌 필요적 면제 조항이 신설됐다. 중대한 과실이 없는 의료사고라면 형사책임 걱정을 덜고 응급진료에 전념하게 하자는 취지다.
복지부는 앞으로 중증응급환자를 치료하는 체계를 보강하고, 현장 의료진의 법적 부담을 낮추는 노력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자살예방 제도는 어떻게 바뀌나?
데이터에 근거한 정책 수립을 위해 형사사법정보·사회보장정보 등 여러 기관의 자료를 가명 처리한 뒤 결합해 분석하는 길이 열렸다. 응급의료기관은 응급의료정보통신망에 모이는 자살시도자·자살자 정보 가운데 대통령령으로 정한 정보를 자살예방센터 등에 넘겨, 시도자에 대한 사후 관리를 강화한다.
청소년 자살의 원인을 체계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한 장치도 생겼다. 개정법은 청소년 심리부검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심리부검은 사망 전후의 심리와 행동 변화를 추적해 원인을 분석하는 작업으로, 예방정책 수립과 유족·지인에 대한 심리 지원에 활용된다.
자살예방 현장에서 일하는 인력에 대해서는 국가와 지방정부가 근무 여건과 인권·복지를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생명이 위태로운 자살시도자나 위험에 놓인 사람을 구하다 재산 피해나 인명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민사·형사 책임을 덜어 준다. 선의의 구조 행위를 장려하려는 조항이다.
복지부는 2026년 6~9월 각 부처가 내놓은 9대 분야 자살예방대책을 묶어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으로 완성할 계획이다. 9월 23일 발표된 2026년 7월 자살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는 2025년 10월부터 10개월째 줄어들고 있으며, 복지부는 이 감소 흐름을 이어가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개정 법률은 언제부터 시행되나?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은 국무회의 상정과 의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후 각 법률에 정해진 시행일에 맞춰 효력이 생긴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법률별 부칙에 따라 달라진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메디컬포커스 편집부 flowood.k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