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지난 9월 30일 경기남부경찰청이 진행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압수수색을 강압 수사로 규정하고 경찰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15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사전 자료 요청 없이 강제수사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응급의료 현장에 적용할 수사 준칙 마련과 책임 규명도 함께 촉구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회견에는 류정민 대한소아응급의학회장도 함께 자리했다. 의협은 앞서 지난 2일에도 성명을 통해 이번 압수수색에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경찰은 지난 7월 청색증 증상으로 치료를 받다 숨진 영아 사건과 관련해 해당 센터에 영장을 집행했다. 국정감사 질의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압수수색 대상은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 www.kma.org

의협이 문제 삼은 압수수색 절차는?
의협이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절차다. 의협에 따르면 경찰은 강제수사에 들어가기 전 병원 측에 자료 제출이나 임의제출을 단 한 번도 요청하지 않았다. 의료기관과 협의했다면 어렵지 않게 확보할 수 있었던 자료인데도 예고 없이 영장을 집행했다는 설명이다. 의협은 이를 강제처분은 꼭 필요한 범위로 제한해야 한다는 수사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난 조치라고 봤다.
의협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제기한 문제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절차 무시: 사전 자료 요청·임의제출 요청 없이 곧바로 강제수사 착수
진료 방해: 중증 환아 처치가 진행 중인 응급실에서 영장 집행, 처방 중인 의사에게 자리 이동 요구
국가 책무 방기: 붕괴 위기의 소아응급 의료체계 악화와 소아응급 의료진 이탈 가속 우려
압수수색 당시 응급실 상황은 어땠나?
의협은 영장 집행 당시 응급실이 생사가 걸린 초응급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경련이 그치지 않는 환아에게 약물을 수차례 투여하며 호흡을 유지하기 위한 처치를 이어가던 중이었다. 그런데도 경찰은 집행을 중단하지 않았고, 진료실에서 전산으로 처방을 입력하던 의사에게는 컴퓨터를 살펴봐야 한다며 자리에서 비켜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의협은 해당 수사를 맡은 경기남부경찰청 수사팀이 의료사고 전담 조직이라는 점도 짚었다. 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할 팀이 이 같은 방식을 택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경찰이 공권력을 과시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의협이 경찰에 요구한 것은?
의협은 경찰청과 경기남부경찰청에 크게 세 가지를 요구했다. 응급의료 현장 수사에 적용할 규칙과 준칙을 의료계와 함께 서둘러 마련하고, 압수수색 결정부터 집행까지의 과정을 조사해 책임을 가리며, 경기남부경찰청이 국민과 의료진에게 공식 사과하라는 것이다.
요구 사항 | 대상 | 주요 내용 |
|---|---|---|
수사 규칙·준칙 마련 | 경찰청 | 의료계와 미리 협의해 응급환자·의료진 보호 기준 수립 |
책임 규명 | 경찰 | 압수수색 결정~집행 전 과정 조사 |
공식 사과 | 경기남부경찰청 | 강압 수사에 대한 대국민·의료진 사과 |
김택우 회장은 이날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응급실이 공권력에 짓밟혔다"며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2026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법 집행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며 "생사가 오가는 응급 진료 현장에 수사관들이 들이닥친 이번 사태는 그 선을 넘어버린 전대미문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이번 일이 응급의료진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않은 대표적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가뜩이나 붕괴 직전인 소아응급 의료체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소아응급의료진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처사"라며 "필수의료를 살려야 하는 국가적 과제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리하고 강압적인 압수수색으로 응급의료진의 진료활동이 위축되고, 그로 인해 환자의 생명에 위해가 초래된다면 경찰당국은 그 어떤 이유를 내세운다 해도 결코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회장은 "응급실은 한 치의 진료 방해도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생명의 최전선"이라며 "의료진과 환자들이 다시는 이러한 위협에 노출되지 않도록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경찰의 후속 대응은?
정부와 경찰은 의료기관 압수수색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다. SBS Biz 보도에 따르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날 경찰청과 실무회의를 열어 의료계 입장을 반영한 수사·압수수색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남부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청장 직무대행이 복지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의료기관 압수수색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 www.mohw.go.kr
압수수색 방식에 대한 국회의 문제 제기도 잇따랐다. 메디게이트뉴스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경기남부경찰청 제출 자료를 근거로 최근 5년간 관내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 압수수색 영장 집행 사례가 이번 건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국감에서 서명옥 의원은 영장 발부 이후 실제 집행까지 약 2주의 시간이 있었는데도 임의제출 절차를 밟지 않은 이유를 따져 물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27일 종합감사에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 경위와 진료 차질 여부를 둘러싼 공방은 종합감사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메디컬포커스 편집부 flowood.k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