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19일 보건복지부의 비대면진료 관련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두고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초진 환자 30일 처방 허용과 병원급 대상 확대 등이 대면진료 보완이라는 제도의 뼈대를 무너뜨린다는 판단이다. 의협은 개정안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회원들과 비대면진료 참여 여부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개정 의료법 시행에 필요한 비대면진료 세부 기준을 담아 19일부터 11월 9일까지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한 개정 의료법은 오는 12월 24일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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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비대면진료 시행규칙 재검토 요구 관련 진료실 사진

의협이 지적한 비대면진료 시행규칙 개정안의 문제는?

의협은 개정안이 초진과 지역 밖 진료, 병원급 비대면진료의 범위를 하위법령 단계에서 크게 넓혔다고 지적했다. 법률이 예외로만 남겨 둔 영역이 오히려 일반 규칙처럼 바뀌었다는 것이다. 의협은 정부가 4대 원칙에 맞춰 개정안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협이 성명에서 제시한 주요 쟁점과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다.

쟁점

시행규칙 개정안

의협 요구

초진 동일 지역

환자가 사는 시·도 전역

시·군·구 단위로 축소

초진 처방일수

7일 원칙, 이력 확인 시 1회 30일까지

30일 조항 삭제, 예외 시 14일 이내

병원급 허용

지역 제한 예외 14개 유형, 항암·장기이식 환자 등으로 확대

법에 예시된 환자군으로 제한

비율·건수 상한

30%, 의사 1명당 월평균 500건(야간·휴일 진료는 산정 제외)

야간·휴일 진료 포함해 산정

의협 성명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제도는 대면진료 원칙, 재진환자 중심, 의원급 중심, 비대면진료 전담기관 금지 등 4대 원칙을 토대로 설계됐다. 정부가 의료계와 맺은 약속이자 개정 의료법이 제도의 기준으로 삼은 원칙이라는 게 의협 측 설명이다.

대한의사협회 www.kma.org

의협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15년 만에 도출한 합의 원칙이 한순간에 허물어져선 안 된다며 정부에 원칙 준수를 주문하는 요구가 제기됐다고 짚었다.

초진 지역·처방 기준은 어떻게 바뀌나?

개정안은 초진 비대면진료를 환자 주소지가 속한 시·도 안에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는 각각 시·도 전체가 한 권역으로 묶이게 된다. 의협은 진료 중 이상 소견이 확인될 때 인근 의료기관 대면진료로 연결한다는 지역 제한 본래의 목적이 사라진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동일 지역 범위를 시·군·구로 좁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밖 예외 역시 희귀질환자나 교정시설 수용자처럼 필요성이 뚜렷한 대상으로만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처방일수 기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개정안은 초진 처방을 원칙적으로 7일 이내로 묶었다. 다만 같은 질환으로 진료나 처방을 받은 기록이 있고, 의사가 기존 처방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한 차례에 한해 30일 이내 처방이 가능하다.

의사가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내리는 초진 처방에 7일 상한을 둔 것은 환자 안전을 담보하는 마지막 울타리라는 게 의협의 시각이다. 경과를 살피지 않은 채 한 달 분량의 약이 나가면 7일 원칙이 사실상 의미를 잃고, 비대면 초진이 장기 처방과 추가 규제 완화로 이어지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의협은 30일 처방 조항을 아예 없애고, 예외가 불가피하더라도 처방 기간은 14일을 넘지 않도록 엄격히 묶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병원급 확대와 야간·휴일 예외는 왜 문제인가?

의협은 개정안이 의원급 중심 원칙과 비대면진료 전담기관 금지 원칙까지 약화시켰다고 비판했다. 개정 의료법은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병원급 비대면진료를 허용했지만, 개정안이 그 대상을 대폭 늘렸다는 이유에서다. 비대면진료 비중과 건수 상한에서 야간·휴일 진료를 뺀 점도 전담 운영의 빈틈으로 지목됐다.

개정 의료법이 병원급 비대면진료를 열어 둔 대상은 희귀질환자, 제1형 당뇨병 환자, 교정시설 수용자, 수술 후 경과 관찰 환자 등이다. 반면 개정안은 지역 제한 예외에 해당하는 14개 유형 전체를 비롯해 시술 후 환자, 항암·장기이식 환자, 13세 미만 소아의 야간·휴일 경증 진료, 임상시험 참여자까지 병원급 비대면진료 대상에 넣었다.

비율과 건수 상한도 도마에 올랐다. 개정안은 의료기관별 비대면진료 비율을 30% 이내로, 의사 1명당 월평균 진료 건수를 500건 이내로 제한했다. 그러나 평일 오후 8시 이후, 토요일 오후 6시 이후, 휴일 진료는 이 계산에서 제외됐다. 의협은 이렇게 되면 야간과 휴일에 비대면진료만 전담하는 기관 운영을 막을 장치가 사라진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병원급 허용 범위를 법률에 열거된 환자군으로 좁히고, 비율과 건수를 따질 때 야간·휴일 진료도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개정안 확정 시 의협의 대응은?

의협은 개정안이 현재 내용대로 확정되면 개정안의 문제점을 회원들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회원들과 비대면진료 참여 여부를 신중하게 따져보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정부에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의료계 의견을 수용해 개정안을 고칠 것을 요구했다.

의협은 성명에서 "법률이 정한 예외를 하위법령으로 넓히는 것은 법률의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편의와 산업 논리로 한 번 풀린 안전장치는 되돌리기 어렵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며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그것도 시행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정부가 의료계와 약속한 기본 원칙을 스스로 뒤집는 것은 정책에 대한 신뢰를 깨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를 보완하는 범위에서만 허용될 때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메디컬포커스 편집부 flowood.k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