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려운, 타인의 마음을 듣는 일
양지메디컬의원, 김강호 원장
“듣다”라는 말은 “1. 소리를 감각 기관을 통해 알아차린다. 2. 타인의 말에 스스로 귀를 기울인다. 3. 다른 사람의 말을 받아들여 그렇게 하다. 4. 어떤 것을 무엇으로 이해하거나 받아들이다. 5. 약이 효험을 나타내다.” 라는 사전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무수한 말과 소리를 듣고 살게 되는데, 정말 그 많은 말과 소리를 다 듣고 있는 것이 맞는 걸까?
소리는 귀로 듣는 것은 표면적으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OO은 정말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야! OO은 남에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야! ”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이것이 비단 그 사람이 유난히 청력이 좋아서 남에 말을 잘 듣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누구의 말을 잘 들어준다는 것은 소리만을 듣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듣고, 해석하고, 이해하며, 그에 상응하는 반응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거기에 그 반응이 상대방이 원하는 긍정적인 반응이라면 우리는 그 사람을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좋은 사람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청력장애가 있는 사람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하지만, 머리로 상대가 이야기하는 것을 이해하고 반응한다면, 장애로 정작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그 사람은 상대의 말을 들었음이 분명하다. 오히려 그냥 귀로 들리는 소리만 듣는 이보다 더 잘 들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무수한 소리에 노출돼있다. 엄마 뱃속에선 소위 태교라는 음악과 엄마·아빠의 말소리를 들었고, 태어나서는 자장가와 가족의 사랑을 듣는다. 이 후 흔히 미운 네 살이라는 말처럼 어느 순간 누구나 말을 듣지 않는 말썽꾸러기 시절을 지내게 된다. 그러면 네 살 때는 청력이 갑자기 나빠져 주위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까? 아마도 엄마의 하지 말라는 소리를 귀로 들었지만, 세상에 이것저것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들이 아이에겐 더 관심이 가기에 엄마의 기대에 상응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기에 나온 말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말을 듣는 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누구의 말에 귀 기울여 듣는다는 것은 귀로써 그 소리를 전달 받고, 머리로 그 소리의 뜻을 해석하며, 마음으로 말하는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여 내 몸이 행동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내포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어쩌면 공동체로 살아가는 사람이 반드시 가져야하는 기본적인 행동양식인 것이다.
내가 누구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말이다. 어쩌면 귀가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다고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이 된다. 또 우리는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들어야 진짜 듣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곳곳에서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은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가 듣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이유는 아마도 귀는 열려있지만 마음이 닫혀있어 상대의 마음을 내 마음속으로 가져오지 못해서일 것이다.
오늘 내 진료실에서 난 환자의 말을, 아니 마음을 제대로 듣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