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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할 일 하면서 비대위 비판해야

유성철 의학전문기자 | 칼럼·인터뷰 |
지난 1일 전주에서 개최된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 호남권 심포지엄에 참석했다가 추무진 의협회장의 축사를 듣고 만감이 교차했다. 심포지엄 행사장에는 의협 의료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조인성 공동위원장과 이정근 사무총장 등이 ‘원격의료 반대’라는 글씨가 적힌 조끼를 입고 대회원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추무진 의협회장은 축사를 하면서, 연신 “투쟁은 비대위에서 협상은 의협에서”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지금까지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은 추무진 의협회장 등 집행부가 전국을 돌며 원격의료 반대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는 비대위원장 등의 코 앞에서 비대위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추 회장의 복장도 이해할 수 없었다. ‘원격의료 반대’라는 글씨가 박힌 조끼를 입고 있는 비대위원장과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추 회장과 대비가 됐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만을 위한 의협회장이 아닌 회원들을 위해 존재하는 의협회장이라면 적어도 ‘원격의료 반대’ 또는 ‘잘못된 의료제도 개선’ 의 내용이 적힌 띠라도 두르고 왔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본지에서 취재한 바에 따르며, 비대위원들은 자신의 사비를 들여 전국을 누비며 원격의료 반대 투쟁의 당위성 등을 설명하고 원격의료를 저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의협의 지원은 거의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심포지엄에서 만난 조인성 비대위원장과 이정근 사무총장 등은 의협을 비난하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묵묵히 회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만 했다. 그들의 목소리가 추 회장의 축사보다 더 진솔하게 들린 까닭은 무엇일까. 4일 오전 11시에 의협회관 2층 회장 접견실에서 추 회장 등 의협 집행부와 비대위 집행부간 간담회를 연다고 의협에서 비대위에 공문을 보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화까지 치밀었다. 비대위원 대부분이 개원이나 봉직의로 근무하고 있는데 사전협의도 없이 평일 오전에 간담회를 갖자고 하는 것에는 배려심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대위원의 생계나 생활은 안중에 없이 추 회장의 일정에 맞춘 간담회 일정 통보라는 생각에 씁쓸한 생각마저 들었다. 보건복지부나 건보공단, 심평원 등과 의료단체들이 참여하는 각종 위원회 등에서도 회의 일정을 결정하기 전, 각 위원들의 일정을 조율해 회의 일정을 최종 확정하는 것이 상식이다. 정부기관 또는 산하기관에서도 이런 상식을 지키는데, 의협 집행부가 회원들로 구성된 비대위와 간담회 일정을 잡으면서 사전협의도 없이 평일 오전 시간을 비우라고 통보하듯이 공문을 보낸 비상식적 행태는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의협 집행부와 비대위간 현안 협의와 비대위 운영 및 자금집행 등에 관한 문제로 이견이 있어 껄끄러운 사이라는 소식들이 전해진지 오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의협 집행부는 대의원회가 인정해 적법하게 구성된 비대위를 서자 취급해서는 안된다. 추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 역시 취임 후 4달이 넘도록,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않고 보도자료와 성명서만을 발표하면서 허송세월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의협 집행부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의협 집행부는 자신의 역할을 먼저 다 한 후에, 비대위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보여준 의협 집행부의 행보를 볼 때 비대위를 비난할 자격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