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오소송의 A to Z, 조정
법무법인 다우, 정현석 변호사
의료사고 발생 후 사적인 합의에 실패한 경우에는 소송절차에 돌입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적인 합의에 실패하였다면, 공적인 합의절차를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사고의 경우 공적인 합의절차로서 두가지 절차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하로는 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한 조정 및 중재 및 나) 민사조정을 나누어 살펴본다.
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한 조정, 중재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2012. 4. 8. 이후에 발생한 의료사고에 관하여 조정 및 중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 동 제도가 시행된지 약 2년 남짓의 시간이 경과된 것에 불과하므로 섣불리 제도의 장단점을 평가하기 어려우나, 비용적 측면 및 시간적 측면에서 장점이 있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비용적 측면을 살펴보면, 청구금액 1억원에 당사자가 2명(원고1, 피고1)인 경우를 가정하여 분쟁해결비용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 소송
인지료 : 455,000원, 송달료 : 95,700원, 진료기록감정촉탁비용 : 약 500,000 ~ 800,000원, 신체감정비용 : 약 300,000원 (변호사 선임비용 제외)
합계 : 약 1,350,700~1,650,700원
- 의료분쟁조정중재원(조정 또는 중재)
수수료 : 162,000원 (+ 신체감정시 지출되는 의료기관 진료비 부담 약 10만원 가정)
합계 : 약 262,000원
위 계산에 따르면 변호사 선임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소송절차에 비해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한 조정 또는 중재절차에 소요되는 비용이약 100만원 가량 저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시간적 측면을 보면, 일반적으로 의료과오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의 소가 제기될 경우 제1심 판결 선고시까지 약1년 여의 기간이 소요됨에 비하여, 의료분쟁조정중재절차는 적어도 120일 내에 조정이 이루어질 것이 강제된다(단, 위반하는 경우에도 법적 제제는 없음). 동 계산에 따르면 의료분쟁 당사자가 조정 또는 중재를 신청할 경우 약 8개월의 시간절감효과를 누릴 수 있다. 8개월 일찍 분쟁이 종결된다는 것은 분쟁당사자가 8개월간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삶의 질적인 측면에서 큰 효용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한 분쟁해결절차는 동 절차에 관한 분쟁당사자의 합의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서가 접수되면, 중재원은 상대방 당사자에게 조정절차에 응할 지 여부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것을 통지하며, 상대방이 동 통지도달일로부터 15일내에 조정절차 참여의사를 송달하지 않으면 참여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동 조정신청을 각하한다. 중재절차 역시 양당사자 사이에 중재의 합의가 있을 것이 요구되며, 중재의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중재신청이 부적법하여 각하된다. 따라서 양당사자 사이에 조정 또는 중재절차에 관한 합의가 없는 이상, 비용절감 또는 분쟁해결 소요시간 상의 장점을 누릴 기회조차 부여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한 조정절차는 분쟁 당사자 사이에 합의의 의사는 있으나 합의금의 조율에 실패하여 사적합의가 불발된 경우에 가장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분쟁당사자 사이에 합의의 의사가 있다면, 적어도 조정절차 또는 중재절차에 관한 합의는 도출될 수 있을 것이며, 저렴한 비용으로 중재원 내 감정위원들의 진료기록감정 등을 통하여 빠른 시간 내에 적정수준의 손해배상금액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정결정이 이루어진 경우라하더라도 일방 당사자가 이에 대하여 이의하면 조정결정의 효력은 상실되므로, 조정과정에서 조정위원과 양당사자의 합리적인 의사소통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 판단된다. 이에 반하여 중재절차의 경우, 중재인의 중재판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으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이에 불복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바, 만일 신속한 분쟁종결을 원한다면 중재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시도해 봄직하다(그러나 불복의 기회가 없다는 점은 양 쪽 모두에게 Risk로 작용할 것이다).
(보너스) 의료분쟁조정중재절차는 몇가지 독특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불가항력에 의한 분만사고에 대한 피해보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록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라 하더라도 의료인에게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책임주의원리). 예컨데, 분만 중 양수색전증이 발생하여 산모가 사망한 경우 우리 대법원은 이를 현대의학으로는 치유할 수 없는 사고로 보아 의료인의 책임을 부정하고 있는 바, 피해자는 담당 의료인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 다만 이와 같은 분만중 사고에 관하여 과연 의료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왔고, 이에 따라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은 그 대안으로서 ‘손해배상’이 아닌 ‘피해보상’제도를 운영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분만 중 불가항력에 의한 사고로 산모 또는 신생아가 사망한 경우(특히 양수색전증의 경우)에는 섣불리 법원에 소를 제기할 것이 아니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나. 민사조정
또 다른 공적합의절차로서 민사조정절차를 들 수 있다. 민사조정절차는 의료사고 뿐 아니라 일반적인 민사사건의 분쟁해결에 적용될 수 있다. 절차진행과정을 보면, 분쟁당사자 일방이 조정신청서를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하면 접수일로부터 약 1개월~2개월 내에 조정기일이 열리고. 이에 따라 당사자가 조정기일에 출석하여 조정위원의 도움을 받아 조정금액을 결정하게 된다. 다만, 민사조정절차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달리 전문적인 감정(진료기록감정, 신체감정)절차를 밟을 수 없고, 조정이 불성립될 경우 자동적으로 소송절차로 이관되므로, 소송비용 및 예상되는 승소가액 등을 고려했을 때 소제기의 실익이 없는 사건이라면 민사조정신청을 하는데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더구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한 조정절차가 신설된 마당에 굳이 민사조정을 신청할 실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므로, 향후 의료분쟁 해결에 있어서 민사조정절차의 효용은 상당수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분쟁당사자 사이에 조정의 의사가 있다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시도할 것이고, 만일 조정이 불성립될 경우에는 후속절차로서 소송의 실익을 고려하여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 상담신청 연락처
E-Mail : resonancelaw@naver.com
전화 : 02) 784-9000
팩스 : 02) 784-9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