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개원가’, 희망은 있는가?
전주 에덴산부인과, 김재연 원장
2014년 개원가는 유독 추웠던 한해였다. 예전처럼 의사는 고수익을 보장받지 못하는 직업이 됐고 개원을 해도 치열한 경쟁에 폐업하는 의원만 늘어갈 뿐이었다.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건강보험 수가가 행위는 있어도 수가가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거나 낮게 설정되어 있는 상담료 등의 진료 항목들에 대한 보상 기전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일차의료의 중요한 업무인 건강 증진 및 생활습관에 대한 상담과 교육, 신체진찰, 전화상담, 왕진, 복합만성질환자의 서비스 조정 기능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주된 이유를 일차의료 진료비 지불제도에서 저수가가 그 근본 문제의 원인으로 찾을 수 있다.
저수가를 극복하기 위한 개원가의 살아남기에는 비급여 부분으로 진료를 주력하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게 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성형과 피부 미용을 주로 하는 일부 외국인 환자 병원을 제외하고는 성형과 피부에 주력하는 의원들이 무조건 수익을 내는 것도 아니었다. 절반 정도는 매년 폐업을 할 정도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요즘의 개원가의 실태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성형외과·피부과에서만 존재할 줄 알았던 비급여 시술들이 내과, 외과 등의 개원의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어 학회에서는 비급여 섹션이 성황리에 열리고 있고, 보톡스, 필러, 레이저, 리프팅까지 다양한 술기를 습득할 수 있는 강연에는 행사장 좌석이 모자를 정도로 개원가의 화두로 과별 구분이 없이 대다수의 의원의 진료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비급여 시술은 병원이 자체적으로 가격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진료로만 수익을 내지 못하는 병원의 입장에서는 좋은 '수익원'이 되는 현실이지만 그것도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는 상황으로 되고 말았다.
일차의료 제공자로서의 의원 급 의료기관은 단독진료의원(solo practice)이 대부분(94%)을 차지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일차의료기관을 대부분 민간이 소유하고 있지만 정부 의 특별한 의료 지원책이 없이 병원 급 의료 기관과 동일한 질병으로 무한 경쟁을 해야 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차 의료기관의 경영 환경 여건을 살펴보면 매출은 줄어드는데 부대 비용 부담은 계속 늘어나 동네의원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보험수가는 2%이하의 인상률로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매출은 줄었는데 환자 감소하는데 다른 부대비용은 건물임대료가 너무 올랐다.
의료기관들의 임차료 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영수지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임차료 부담까지 가중되는 모습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병원의 임차료 증가율은 지난 5년 간 207.6%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임차료는 건물, 토지, 의료장비 등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의료기관 종별로 살펴보면 의원 급 의료기관 임차료가 1조2809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물론 개설된 의료기관 수가 가장 많은 탓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기관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4년 3분기 기준으로 전국에 개설된 의원 급 의료기관 수는 2만8033개다. 즉 의원 급 의료기관 1곳 당 연간 평균 4500만원의 임차료를 지불하고 있다.
간호사 인건비가 너무 올라 최소 인력으로 경영 수지를 맞추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5년도 유형별 환산지수 연구' 보고서에서 의료기관 비용 가운데 인건비 비중이 가장 높아 지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인건비는 전체 의료원가의 44.7%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전체 의료기관의 진료비는 늘어도 동네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줄고 있다. 동네의원의 숫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어 의원 당 수입이 줄어도 의원 전체 진료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체 진료비는 증가해도, 의원 한 곳이 가져가는 청구액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의원 급 진료비 총액이 증가해도 과목별, 기관별로 편차가 동네의원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져, 올해 통계를 보니 의원 급 상위 5% 기관이 전체 의원 급 진료비의 22.3%를, 상위 30%기관이 전체 파이의 63%를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건강 보험 수가도 문제지만 원가와 달리 건강보험 수가 인상률과 소비자물가 인상률은 쉽게 비교하면 그 나마의 저수가 조차 인상률이 물가 인상률에 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05년 수가 인상률이 2.99%였는데 물가 인상률은 2.80%였고, 2010년엔 각각 2.05%와 3%였다. 2011년에는 수가 증가율이 1.64%였고, 물가인상률은 4%였고, 2012년에는 2.20%로 같은 수치였다. 2013년에는 수가 인상률이 2.36%, 물가인상률은 1.30%였다. 지난 2011년에는 건강보험수가 증가율이 1.64%이었던 것에 비해 소비자 물가인상률이 4%로 크게 차이가 난다.
수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와 엇비슷하게 가고 있다고 해도 제왕절개수술 등 턱없이 저평가된 수술비용은 개선해야 한다. 제왕절개수술 비용이 우리나라에서 1769달러인데, 독일은 3843달러, 프랑스는 5374달러, 미국은 1만 8460달러다. 수정체수술도 우리나라 1323달러, 스페인 1855달러, 독일 3123달러, 미국 4694달러 수준이다. 맹장수술은 우리나라 2047달러, 독일 3351 달러, 오스트리아 5622달러, 캐나다 6007달러, 미국 1만 4010달러 등이다. 입원비용도 마찬가지다. 미국이나 이탈리아, 호주, 프랑스 등 OECD 국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인 것만은 사실이다.
일차 의료 붕괴 위기와 경영난 등 개원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는 비현실적인 의료수가만으로 의원 경영이 힘든 현실에서 그나마 보험 수가의 인상도 중요하지만 개원가를 옥죄는 각종 규제 철폐, 비급여 진료 부가가치세 철폐가 시급한 현안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경영 수지 악화는 개원의들의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4년 5월 의료정책연구소의 ‘요양기관 개ㆍ폐업 현황으로 본 개원가 현주소’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전국에서 폐업한 전체 의원은 1536개로 하루 평균 4.2개꼴이다. 이에 반해 새로 문을 연 개원의 수는 1831개로 폐업보다는 다소 많았지만, 개업 대비 폐업 비율(폐업률)은 83.9%로 2011년(81.9%)과 2012년(89.2%)에 이어 3년 연속 80%를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산부인과의 폐업률은 무려 223.3%에 달해 개별 과(科) 중 가장 높았다. 1개의 산부인과 의원이 개업할 때 동시에 2.3개가 문을 닫는 셈이다. 이런 수치는 2013년 173%였던 폐업비율과 비교해도 약 50%포인트나 뛴 수치다.
산부인과 폐업률이 높다 보니 지난해 기준 전국 46개 시ㆍ군에서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아예 없어진 경우도 있었다. 이는 포괄수가제 적용에 따른 비급여 수입 감소와 의료사고 관련 소송 증가 등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이미 산부인과 진료과목의 존폐 자체가 우려되는 수준이다. 산부인과 이어 외과(136.8%), 신경외과(95.2%), 일반의(92.8%), 소아청소년과(84.1%) 등도 전체 의원 평균 폐업률(83.9%)보다 높았다. 반면 내과(50.3%), 재활의학과(52.6%), 정신과(56.3%), 가정의학과(58.7%) 등은 1개 의원이 문을 닫아도 약 2개가 새로 생길 정도로 비교적 개업이 활발했다.
해마다 3000여명의 의사가 새로 배출되고 이 중 일부가 개원하는 상황에서도 폐업 률이 계속 80%를 넘는 것은 의료서비스 공급시장이 ‘포화상태’라고 보아야 한다. 작년 의원 급의 총 환자 내원일수가 1년 전보다 오히려 2% 줄어든 것도 개원가의 포화 상태를 반증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동네의원의 침체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개원 비율이 높은 진료 과 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동네의원이 얼마나 침체되고 있는 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자료를 분석하면 명확해 진다. 동네의원의 급여비 점유율은 2001년 32.8%에 달했지만, 2002년 31.3%, 2004년 27.3%로 계속 낮아져 2013년 21.0%까지 떨어졌다.
반면 병원급 의료기관의 급여비 점유율은 2001년 31.8%로 의원보다도 낮았지만, 2002년 32.6%로 동네의원을 추월한 이후 2013년 47.4%까지 늘어났다. 2001년 의원급과 유사했던 점유율이 2013년 전체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의원급의 건당 평균 진료비는 2003년 2만 2954원(건당 급여비 1만 6066원)에서 2012년 1만 7623원(급여비 1만 3179원)으로 5331원이 줄어든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동네의원의 건당 진료비가 9년 전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것은 의원 급 요양급여비의 41%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기본 진료료와 18.3%를 차지하고 있는 진료 행위료에 대한 수가가 1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의원의 건당 진료비가 매년 줄어든 반면 병원과 약국의 급여비는 늘어나는 역전 현상은 건강보험 재정의 균형적인 배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개원의사의 증가 곡선이 진료비 증가 곡선을 넘어선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돼 있는데 개원의사의 증가세가 두드러지면서 개인의원이 가져갈 수 있는 파이가 그만큼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의협이 77개 의원 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2012년 진료과목별 평균 매출액 자료에 따르면 내과는 비뇨기과·외과와 함께 평균 매출액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6월말 발표한 'OECD건강 데이터 2014'에 따르면 국내 총 병상수는 인구 1000명당 10.3병상으로 OECD 평균(4.8병상)의 2배를 넘어섰다. 병원이 더 클수록 건강보험 재정을 더 얹어주는 건강보험 정책과 가까이에 있는 접근성 높은 동네 병의원보다는 큰 병원을 선호하는 환자의 의료이용 문화가 결합하면서 병상 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동네의원이 한 해에만 1500∼1600여 곳이 폐업할 정도로 상황이 어려운 실정이다.
저 출산 고령화 가 지속되면서 그나마 고령 환자의 요양 병원의 흡수는 동네 병원의 몰락을 재촉 하고 있다. 개원가의 그나마 건강 검진 비중조차 대형화된 건강 검진 전문 협회의 독식으로 더 이상 개인 의원에서 건강 검진을 하지 않는 등 환자의 이용률이 현저하게 감소되고 있다.
타 매체에서 발표한 '의료기관 회계기준 규칙'에 의해 작성된 각 의료기관의 2013년 직종별 인건비 명세서를 입수, 분석한 내용 빅5 중 의사 직 임금 수준이 가장 높은 의료기관은 1인 평균 1억306만원을 받는 서울성모병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 뒤는 삼성서울병원으로 9799만원, 세브란스병원은 9599만원, 서울아산병원은 9281만원, 서울대병원은 9124만원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개업만이 능사이던 시절은 끝났다.
더 이상 개원가에서는 희망이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