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유행지역에 의료진을 파견?
박 대통령과 복지부는 누구와 협의해 이런 ‘황당한 결정’을 내렸나
에볼라 출혈열의 전 세계적인 유행에 대한 우려가 배가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의료진을 서아프리카에 파견하겠다고 밝히면서 의료계 안팎을 긴장시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일 서울정부외교부청사에서 외교부·보건복지부·국방부 관계자 합동협의회를 갖고 에볼라 피해지역 보건의료인 파견을 결정했다. 그리고 기자회견을 열러, 본진 파견에 앞서 내달 초 선발대를 보내 안전대책을 점검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파견인력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선발대가 먼저 가서 안전대책을 점검한 뒤 본진 파견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민들과 의료계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에볼라 유행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이 반드시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인력만은 아니며, 실험실 인력 또는 행정·관리 인력도 있다. 선발대 방문 후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 면밀히 검토해 최종적으로 공모된 인력을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파견인력의 국내 복귀 및 그에 따른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우려에 대해 “에볼라 바이러스의 최대 잠복기는 21일이기 때문에, 파견인력들을 현지나 제3국에서 21일간 관찰하는 방안, 국내에 들어와서 격리하는 방안 등 의학적으로 타당한 방안을 고민하겠다”강조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등 정부의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우려는 식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10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전체회의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인도적 차원의 한국 보건인력 파견을 결정했다”고 발표한 것이, 국민과 파견될 의료진의 안전보다는 정치적 상황만을 고려한 무리한 결정과 발표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 대통령의 의료진 파견 발표 직후인 17일 기다렸다는 듯이 보건복지부가 국제 공조차원에서 보건의료 인력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정부부처마저 비과학적인 대통령의 결정에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같은 박 대통령의 서아프리카에 보건의료 인력 파견을 의료전문가와의 협의 없이 결정, 발표하고 보건복지부도 대통령의 발표에 동조한 것에 대해 분노를 참지 못한 한 의사가 정부의 이같은 결정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글을 자신의 SNS에 실어, 이목을 끌고 있다.
경기도 모 의료기관에 재직 중인 A씨는 “며칠 전 부터 서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 창궐에 대한 대한민국의 의료진 파견 이야기가 나오더니 결국 파견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분명히 에볼라 사태는 중요한 문제이고 전 세계의 모든 나라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이 틀림없다”라고 전제했다. 그리고 이내 “그런데 정부의 발표는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치명적 감염력 간과한 결정”
A씨는 박 대통령과 정부가 에볼라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감염력을 간과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지부는 6주의 파견 기간을 가지고 의료진이 파견되면 분명히 감염자가 생길 것이고 그들은 외국에서 치료한다고 발표했다. 외국에서 치료해도 문제이고 국내에서 치료해도 문제이다. 외국에서 치료받는 것이 말처럼 쉬울까? 어떤 나라가 환자를 받아 줄 것이며 만일 그로 인해 사망하게 된다면 그 후의 일은 어떻게 할 것이지 고려를 하지 않은 것이다.”고 짚었자.
특히 “국내에 이송 치료하게 된다면 아직까지 감염자가 없는 우리나라에 에볼라 바이러스의 ‘판데믹’이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미국의 대통령처럼 소신있게 ‘우리 국민이니 나라가 끝까지 책임진다’ 는 소신을 가진 지도자가 과연 대한민국에 있을까? 환자를 국내에서 치료 하기는 부담이고 감염된 환자를 치료하지 않자니 그것도 말이 안 되고, 이런 고민 끝에 나온 결정이 다른 나라에서 치료한다 이거 아닌가?”라며 정부의 발표를 힐난했다.
그는 또 “군의관과 자원하는 의료진으로 팀을 구성한다는데,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의사가 군대에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만만한게 홍어 X라고 세월호 바지선에 지금도 군의관이 민간 잠수사들 건강을 챙기기 위해 파견되어 있는 현실을 보면 군의관의 정말 소모품에 불과한 것이다”라면서 “이러한 파견은 적어도 국회의 인준 정도는 아니라도 국민적인 공감대를 가지고 추진했어야 했다. 외국의 군대 파병은 국회 인준 사항이면서 그보다 더 중요하면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이 문제는 이렇게 쉽게 결정하는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강요된 희생과 봉사는 더 이상 희생도 봉사도 아니다”
이어 “국민에게 발표 하려면 완벽한 대책을 완벽한 합의를 이루고 난 후에 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하는 고질적인 행태는 일단 지르고 보는 것이다. 나머지는 어떻게든 되겠지...환자 생기면 그때 가서 처리하고,,, 지금 상황이 절차 무시하고 일단 발표해야 하는 초 응급상황인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능한 모든 문제를 신중히 고려해 이론적으로나마 완벽한 대책을 갖고 그 후에 발표하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끝으로 “국가는 국민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가 주인인 국민에게 위협이 가해질 상황이 예견되는 결정을 할 때 주인인 국민의 의견에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의료인은 희생과 봉사가 전제된 직업을 가진 사람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강요된 희생과 봉사는 더이상 희생도 봉사도 아니다.”라면서 “의사를 대표하는 의사협회와 이 안으로 얼마나 대화했는지 궁금하다. 대화 없이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면 의협은 강하게 항의해야 하고, 대화를 했다면 과연 의협이 어떠한 의견을 피력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