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현실, 너무 답답하다
이화다나산부인과, 원장 곽미영
요즘 산부인과 의사들을 만나면 한숨과 함께 그저 답답하다는 말만한다. 저 출산과 만성적인 저수가 정책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유독 산부인과와 관련되어 발표되는 정책이나 건강보험 급여 소식들은 늘 산부인과 의사들의 짐이 되고 있고, 규제의 벽만 높아지며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는 형국이니 이런 반응은 너무나 당연하게 보인다. 이제 대부분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작은 희망마저 다 버린 채 ‘언제 병원 문을 닫아야 할 것인가?’ 라는 마지막 질문에 봉착해있다.
얼마 전 분만병원에 송부된 ‘2014년도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재원 분담금 부과·징수 공고’ 통지서를 받아 쥐고 피를 토하는 울분과 치욕감으로 밤잠을 못 이룬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시 들려오는 분만병원 1인실 급여화 소식은 이런 패닉 상태의 산부인과에 핵폭탄이 떨어진 것과 같은 충격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명맥을 이어오던 몇몇 분만병원 원장들은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졌다며, 병원 정리 계획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그들이 제일 사랑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분만현장을 떠나야 함은 물론이고 산부인과 진료 자체를 포기하고 일반의로 나서야 하는 최악의 상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분만기관 수는 2008년 954개에서 2013년에는 699개로 6년새 255개(26.7%)가 줄었다. 해마다 배출되는 산부인과 전문의 수도 2007년까지 매년 200명을 넘긴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전공의 지원 기피로 2011년부터 100명 이하로 감소했다. 적절한 조치가 조속히 취해지지 않는다면 산부인과 통계 수치의 악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생각된다.
시작부터 많은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행되고만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재원 분담제도는 그나마 신성한 탄생을 지킨다는 자존심만으로 겨우 연명해 오던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이제 분만을 할 때마나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분만 건당 1,161원이라는 분담금, 아니 산부인과 의사로써의 자존심까지 뜯어 내놓게 하는 상황을 야기함으로서 더 이상 그 자리를 지켜낼 이유마저 사라져 버리게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실책임주의가 보장되고 있고, 따라서 무과실인 경우 어떠한 법적, 금전적 책임도 질 이유가 없다. 이 법안의 본래 취지는 국가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국민을 도와주려는 것이다. 의사의 과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라가 해야 할 일을 죄도 없는 의사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분만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무과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분담금을 책임져야하는 것, 다시 말해 분만이 신성한 의료 행위가 아닌 곧 죄를 짓는 일이라면, 누가 분만을 할 수 있겠는가. 더 이상 산부인과 의사를 현대판 인두세의 희생자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혹자는 단돈 몇 푼 가지고 뭘 그리 호들갑이냐고들 한다. 그 분들에게 묻고 싶다. 진정 분만을 책임지는 의사가 분만 한 건당 1,161원어치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냐고. 진정 산부인과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분만을 많이 할수록 중죄인이 되어도 마땅한 것이냐고.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제 죄를 짓는 일, ‘분만’을 할 수 없다고 울부짖고 있는데 정책 입안자들과 법을 만드는 입법자들은 진정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지, 산모들은 산부인과가 없어 원정 출산으로 여기저기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 이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호소를, 그들의 절실함을 인지하고 있는지 한숨만 나온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 번도 분만 현장을 떠나거나 그 자리를 면해보고자 한 적이 없다. 늘 악조건 하에서도 새 생명의 탄생을 지킨다는 자긍심과 명분아래 산부인과 의사를 고집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 명분과 자존심까지도 다 잃고 만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입법자들은 낡은 생각과 몇 푼 줄여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상황을 직시하고, 문제의 근원을 파헤쳐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혁신을 해야 한다. 지금의 이 한탄 소리가 단지 일시적인 문제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당당하고 즐겁게, 죄인이 아닌 분만을 담당하는 진정한 산부인과 의사로서 이 땅에서 계속 그들의 자리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근본적인 재정비를 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산모와 태아가 건강해야 나라가 건강해질 수 있고, 산부인과 의사가 건강해야 산모와 태아가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산부인과에 낀 이 뿌연 안개가 언제나 걷힐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