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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탈 많던 원격의료 시범사업 드디어 시작

유성철 의학전문기자 | 보건·정책 |
[이슈분석] 9월말 보건소 2~3곳부터 의료인간 모니터링 수준으로 지난 2년 가까이 의료계 안팎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드디어 시작됐다. 보건복지부의 입장발표와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복지부는 이전 의료인간 원격의료(원격 모니터링) 시범사업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보건소 5곳 중 시범사업 준비가 끝난 2~3곳에서 원격 모니터링 수준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시범사업은 향후 6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9월말 시범사업을 수행할 보건소들에 시범사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통보했다. 복지부는 당초 시범사업을 신청한 의원급 의료기관 6곳과 보건소 5곳 그리고 특수시설(군, 교도소)에서 원격 모니터링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러나 일부 시범사업 대상 보건소의 시범사업에 필요한 장비 등 준비 미흡과 의원급 의료기관과의 시범사업에 필요한 협의가 끝나지 않아, 우선 시범사업 준비가 끝난 보건소 2~3곳의 보건소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벌써 몇 차례 시범사업을 연기한 복지부가 이번에도 시범사업 시행시기를 늦추는데 부담을 느낀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 ‘단독·졸속’ 시범사업 인정 못해”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복지부의 시범사업 실시에 대한 공식발표를 한 직후인 지난달 16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단독 시범사업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시범사업 중단을 촉구함과 동시에 국회에서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 통과를 저지할 것이라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의협은 “의정합의를 위반하고 일방적인 원격의료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한 것은 국민 건강은 물론 전국 11만 의사들의 전문성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하면서 “시범사업 기간을 6개월로 한정한 것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무시한 채 정부 입법의 타당성만을 검증하기 위한 졸속 시범사업 추진의 방편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또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지난 3월 이뤄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포함한 38개 의정합의 사항을 먼저 위반했다”면서 “정부가 깨뜨린 의료계와 신뢰관계가 회복되기 전에는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으므로 입법을 전제로 한 형식적인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이미 수차례 밝힌 바 있다"고 반대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원격의료 허용 여부는 국민 건강과 생명이 달린 중대한 의료제도의 변화로 의료 전문가이며 의료의 중심에 서 있는 의사들을 배제하고 추진되어서는 안 되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의 입법저지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위주로 시행되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해 의료계 내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는 내과의사들도 복지부의 시범사업 발표를 강력히 규탄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는 22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정책효과를 평가할 수 없는 졸속 시범사업이라며 원격 모니터링 시범사업은 빠른 시간 내에 막무가내로 밀어붙여 원격의료를 시행하겠다는 기만전술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내과의사회는 “의료에는 많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들이 잠재해 있는 분야로 많은 수의 모집단과 치밀한 연구 디자인이 필요하다"면서 "단지 6개월의 시범사업으로 원격의료의 임상적 안정성과 유효성에 대한 의미 있는 결과를 단기간에 도출해 낼 수 없다”면서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6군데에 불과하며, 보건소를 포함함으로써 결과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특히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국민건강을 담보로 하여 국민을 실험실로 몰아넣는 파렴치한 행위이며, 만약 정부가 국민 건강을 검증되지 못한 의료시스템으로 몰고 간다면 국민과 의료계의 냉정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범사업 허점 찾아, 원격의료 저지? 의협은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한편 시범사업 대상 환자들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도 제기해왔다. 중국이나 북한 등에서 대형은행은 물론 일부 정부기관들을 해킹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가장 신중하고 철저하게 관리해야 할 국민의 개인건강정보를 원격으로 주고받을 경우 정보누출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논리다. 쉽게 풀이하면, 국내 또는 해외 해킹전문가들이 마음먹고 원격의료 시스템을 해킹할 경우 환자들은 건강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면 그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때문에 의협의 이러한 지적에 따라, 복지부는 의협과 원격의료 시범사업 협의 진행과정에서 해킹 차단 등을 포함한 환자정보 유출방지 방안 마련에 대해서도 잠시 협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따라서 복지부가 시범사업 내용에 해킹 방지 등 환자정보 유출 가능성 검증 또는 유출 방지 방안 마련을 위한 대책마련 방안 마련 계획을 포함했는지 여부도 의료계 안팎의 관심사다. 이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가 참여하지 않는 시범사업에 복지부가 환자정보 유출 방지대책 검증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범사업에 포함시켰을 리가 없다”면서 “복지부가 이대로 시범사업을 강행한다면 의협은 독자적으로라도 환자정보 유출 가능성을 입증해, 시범사업의 허점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상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 개정을 전제로 복지부 단독으로 졸속으로 시행되는 시범사업인 만큼, 시범사업이 허점투성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의협이 허점을 찾아내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격의료 제외한 의정합의 이행 협의 재개될 듯 복지부가 원격의료 시범사업 시행을 발표하면서 의원급 의료기관 6곳이 시범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을 해당 의료기관들이 속한 지역(시군구)의사회가 사실상 시범사업에 찬성한 것으로 보고, 원격의료를 제외한 의정합의 사항 이행 협의를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의협에 협의에 참여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복지부와 의협의 원격의료 관련 입장발표를 종합해 분석하면, 의정합의 이행 협의는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복지부는 이미 공식적으로 의정합의 이행 협의 재개를 선언했기 때문에, 협의 재개 여부는 의협의 손에 달렸다. 의협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지속적으로 반대하면서도 원격의료를 제외한 의정합의 사항은 원격의료와 별개로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에 더해, 의료계 내부에서 원격의료 저지 노력과 별개로 의정합의 이행을 위한 협의에는 의협이나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참여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때문에 의료계 내외에서는 조만간 의정합의 이행 협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의료계? 정부? 과연 승자는 누굴까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강행했고, 6개월 후에는 어쨌든 시범사업 결과가 나오게 된다. 물론 시범사업 결과에 대한 해석을 놓고 복지부와 의료계가 다시 한 번 치열한 논쟁을 벌이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결론은 나게 돼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협이 시범사업에 참여해 시범사업 과정을 철저히 감시한다고 하더라도 원격의료가 안전성과 유효성이 떨어진다는 결과를 얻기는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단독으로 시행한 시범사업 결과는 결국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 뒷받침하는 쪽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의료계 뒤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과 보건의료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국회에서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과연 지난 2년여 간의 치열한 공방의 승자는 누가될지, 의료계 안팎의 귀추가 주목된다.